엔타소파! 케냐에서 월드비전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예은입니다.
(Enta sopha! 마사이어로 안녕하세요.)
2016년, 해외봉사로 처음 필리핀에 발을 디디며 시작된 제 여정은 스리랑카, 가나, 우간다를 거쳐 2024년 7월부터는 케냐라는 새로운 땅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케냐에 파견되어, 월드비전이 KOICA와 함께 진행 중인 KSEED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선택하며 자연을 회복하고 삶을 변화시켜가는, 통합적 기후변화 대응 사업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이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사업도, 케냐라는 땅도 모두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다르고, 일의 흐름도 전혀 달랐기에 익숙한 방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만큼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낯설고, 적응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했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외로움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여기서 잘하고 있는 걸까?’ 자문하는 날들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제가 마주하게 된 풍경은 제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산림복원 활동을 계획하고, 땅을 회복시켜 가는 주민분들, 텃밭을 가꾸고 기후변화대응에 대해 배워가는 학교 환경클럽 학생들 등을 보며, '아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산림을 복원하거나,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의 삶의 방향을 함께 바꿔가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의도 본부에서 일할 때는 ‘현장’이 늘 숫자와 보고서 너머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 안에 담긴 맥락과 진심, 그리고 시간의 무게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일상도 이곳의 리듬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케냐에서의 삶은 단순합니다.
단수와 정전을 걱정하고, “오늘은 뭘 먹으면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또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출근길엔 ‘마따뚜’라는 봉고차 버스와 ‘보다보다’라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립니다.
여전히 익숙하진 않지만, 언젠가부터 이 아침의 흔들림이 제 하루를 여는 루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 루틴과 하루하루의 장면들이 저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흥미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제가 맡은 일과 마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루하루 속 생각들과 함께 하나씩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가 만나는 케냐, 그리고 그 안에서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는 작고 소중한 변화의 이야기를 이 공간을 통해 차분히, 그리고 솔직하게 나눠보겠습니다.
때로는 풍경처럼, 때로는 일기처럼요!
아셰올레~(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