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의 이야기 1] 파견, 그 1년 후

안녕하세요! 어느새 필리핀 파견 생활 1년을 맞이한 류혜원 간사입니다.
저는 이전 편에 등장한 현성님과 함께 필리핀 동부비사야 지역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지키는 모자보건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2년 필리핀 북쪽 지역에서 6개월간의 파견생활 후 2024년부터 다시 필리핀 동남쪽에서 파견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견 1년을 채워가니 처음엔 신기했던 광경들이 이제는 친숙한 일상이 되어 가고 있네요.
파견 다이어리를 통해 한국에 계신 분들을 위한 기록을 남기다 보면 제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파견 업무와 생활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앞으로 파견지에서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필리핀 동부비사야 지역에서 생활하며 저에게 생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필리핀 동부 비사야 지역은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와 다르게 뭐든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한 번 병원에 가거나, 은행 업무를 하게되면 예상보다 더 오랜 대기시간을 견뎌내야 제 차례가 옵니다.
사회 인프라가 안정적인 한국과 다르게 예고 없는 정전이 흔하고, 어떤 날은 12시간 동안 전기 없이 하루를 지내야하기도 합니다.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도 언제 장대비가 쏟아질지 가늠하기 어렵고, 한국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지진도 종종 발생해 일을 하다 밖으로 대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타클로반(파견 도시명)에서 저는 예상치 못하게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파견 초반에는 통제할 수 없는 기다림이 당황스럽고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조급해하는 것은 저 혼자일 뿐, 현장 직원과 주민들 모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며 웃습니다.
누군가 파견생활을 하며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기다리는 시간에 너그러워진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필리핀 사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주고, 제 조급함을 내려놓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견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1년 전보다 기다림에 조금 더 너그러워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반대로 저희 사업은 필리핀 동부 비사야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지 떠올려보게 됩니다.
제가 조금씩 현장 직원, 주민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사업 지역도 분명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 겁니다. 훗날 저희도 모르는 사이 변화된 그 모습을 보며 주민들 모두가 만족하길 바라며,
첫 글을 여기서 마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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