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5월 중순 방문했던 사업 지역 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사업 지역 중 가장 산 속 깊숙이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실비노루보스 군은 "고립낙후지역"이 많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혹시 “고립낙후지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고립낙후지역: 필리핀 정부에서 의료·복지·교육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지역을 구분하여 지칭하는 공식 명칭
필리핀은 약 7,6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 산악 지형이거나 구릉지대여서 중심지로부터 단절되어 산 곳곳에 독립적으로 형성된 마을이 많습니다. 이러한 마을은 대부분 밀림지대 안에 고립되어 교통과 통신이 불편하고,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실비노루보스 군은 저희 메인 사무실이 위치해있는 타클로반 시내에서 무려 9시간 정도 차를 타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을 방불케하는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간 후, 다시 오토바이로 갈아타 산길과 물길 사이를 가르며 30분을 달려가니 작은 마을이 보입니다.
“설마 이런 밀림 안에 마을이 있겠어?” 생각할 만큼 깊은 산 속에 아기자기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바랑가이 카바바요간 들어가는 길
이 작은 마을에서는 아직도 임산부들이 집 안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출산을 위해 보건소나 병원에 찾아가기에는 시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도로가 열악하여 임산부의 응급 이동 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교통비, 약 값 등의 비용이 부담되는 가정도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 출산을 선택하는 가구가 많고, 이때 산모의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 확률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저희 모자보건사업은 고립낙후지역 마을에 사는 산모들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다각도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마을이 속한 행정구역의 보건소가 출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1) 보건소를 개보수하고,
2) 기자재 및 의약품을 지원하며
3) 의사와 간호사를 훈련하여 보건부의 산과시설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4) 교통바우처도 제공하고(지역의 산모들이 이동비 걱정 없이 보건소에 찾아올 수 있도록)
5) 집에 찾아가 산모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의료 전문 인력을 대신하여 훈련된 지역보건요원들이 직접!)을 만들고 있습니다.
별로 간단하지 않았나요? 
놀라운 사실은 저희가 지원하는 이 작은 마을보다 더 깊숙한 산중에 위치한 마을이 아직 많다는 것입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읍의 중심지까지 걸어가려면 2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이곳이 그나마 가까운 편이라니… 아직 저희 사업팀이 가야할 곳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날도 현장에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물길을 가르고 마을로 들어가보니 고립낙후지역 주민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현장에 나오는 날이면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명확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파견자로서 해야할 일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에 좀 더 자주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견 기간 동안 현장에 더 자주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또) 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음 일기 때 까지 계신 곳에서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