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의 이야기 2] 불편과 마주하며 느끼는 것들

이제 필리핀에 온 지도 1년이 훌쩍 넘어 익숙해졌지만, 필리핀 생활은 '1일 1챌린지'의 연속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루의 하나씩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생활하다 보면 어떤 일들이 생기고, 해결해 왔는지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례1

화장실 전등 스위치가 고장 나서 교체를 해야하는데, 수리해주시는 분께 연락해보니 3일 뒤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활용품점에서 드라이버와 스위치를 사서 셀프 교체 완료. (정보: 전등 스위치를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 함께 파견지에 나온 아내가 찍어준 사진이에요ㅎㅎ)

사례2

제가 사는 지역은 5-6주에 한 번씩 하루 종일 정전이 됩니다. 나름 전기 회사에서 미리 공지를 해주지만 한여름에 충전식 선풍기만 가지고 버티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늘 손전등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례3

우기에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면 천장에서 물이 샐 때도 있습니다. 집주인분께서 최대한 빨리 수리해 주시지만, 젖은 매트리스를 말리고 바닥을 열심히 닦아서 말려야 합니다. (천장에 물이 새서 비가 그치길 기도하는 중)
처음 파견을 와서 생활할 때는 '뭐 하나 쉬운게 없구나', '한국이 얼마나 편한 곳인지 알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지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잠시 한국에 들어갔는데 그 편안함이 크게 체감이 되진 않아 놀랐습니다. 사람이 꽉찬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 눈이 녹아 거리를 걷다가 신발이 다 젖는 것도 단지 내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 살아왔다는 이유로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겼을 뿐 힘들고 불편한 상황은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문제에 지치고 피곤해하기보다는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등 스위치를 고치고 불이 잘 켜질 때의 뿌듯함, 생각보다 빨리 정전 시간이 끝났을 때의 감사함, 집 천장을 수리하고 다음 비가 올 때 물이 새지 않는다는 안도감과 같은 것들을 마주하면 더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더라구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오늘 분명히 나를 불편하게 한 사람과 나를 힘들게 한 불편을 마주하시겠지만, 잠들기 전에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잘 이겨내고 해결했는지 생각해보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해보는건 어떠실까요?
(정전이 되어 찜통 더위를 버티고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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