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로 오래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저에게는 ‘파견자 모드’가 생겼습니다.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에 맞춰 나 자신을 조절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최근 월드비전 잠비아 사무소가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사를 했어요.환경이 바뀌면 마음도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역시 물리적인 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이 ‘마음의 변화’라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파견 생활이 어느덧 10년이 채워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감이 변하는 걸 경험합니다. 원래 저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의 균형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배우기도 하더라고요.
낯선 사람들이 던지는 농담이나 희롱은 금방 잊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신뢰가 흔들릴 때는 상처 받고, 펑펑 울기도 하고, 그렇게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새로운 환경에서는,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같은 곳도 다르게 보일 수 있죠. 잠시 여행하는 사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 혹은 공부하는 사람 - 그 위치에 따라 내가 사는 곳이 다르게 보일 테니까요.
한국에서 힘든 분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힐링을 찾고, 반대로 이곳의 사람들은 한국을 힐링의 장소로 꿈꾸는 것처럼, ‘어디에서 살아가는가’보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런 마음가짐이 우리의 행복도를 조금 더 높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기꺼이 하려는 마음인가?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우리의 일상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하기에, 변화 속에서도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낯설고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배움과 따뜻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찾아내고 기억 하려 해요. 그 순간들을 감사히 여기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