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 달에 한 번꼴로 아저씨의 농장을 찾아가는데요,
갈 때마다 느끼는 건, 여긴 정말 ‘농장’이라기보다 작은 만물상 같다는 거예요!
카란자 아저씨의 농장에선 마뉴아(Manure), 즉 가축의 배설물과 식물 찌꺼기를 섞은 유기 퇴비도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양계도 권장되고 있는데요, 닭은 가정에 식량과 소득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 배설물이 마뉴아의 재료가 되어 농장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버려진 타이어를 이용한 양계장부터, 마대자루를 활용한 화분까지.. 그 모든 걸 부지런히 돌보는 아저씨의 모습에, 매번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제가 카란자 아저씨와 아저씨네 농장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라즈베리랑 고구마, 그리고 고수를 사랑하는 저에게 고수서리까지 특별히 허락된 곳이라..사심이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ㅎㅎ)
이렇게 기후스마트농업(CSA) 방식들을 하나씩 적용해가면서, 아저씨의 농장은 점점 더 안정적인 수확을 내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길어 와야 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운영이 수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아저씨 혼자만의 농장이 아닙니다.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아 이 마을의 대표 시범 농장으로 지정되었고, 같은 그룹의 농부들과 함께 가꾸며, 주변 주민 누구나 찾아와 보고, 묻고, 배우는 열린 배움터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여기 카지아도와 나록 지역의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유목을 기반으로 살아온 마사이 공동체입니다. 물과 풀을 따라 가축을 옮겨 다니는 것이 익숙한 삶의 방식이기에, 농업인구가 많지 않고, 처음에는 농업이라는 방식 자체에 낯설어하거나, 과연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어지면서 풀을 찾기 어려워지고, 가축 폐사율도 높아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농업을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카란자 아저씨의 농장은, 아저씨 개인의 성과를 넘어서 그룹원들, 그리고 더 넓게는 이 마을 전체에 “농업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비전은 그옆에서 이러한 변화가 더 많은 집집마다 퍼져나갈 수 있도록 발걸음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왜 NGO에서 일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저도 일이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지도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시작된 변화들을 떠올립니다. 카란자 아저씨 같은 주민분들 곁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손을 보탤 수 있다는 것,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고, 월드비전에서 일을 하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걸음을 함께 내디딜 수 있었던 건, 후원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카란자 아저씨와 케냐 카지아도 · 나록의 많은 주민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오늘도 또 사업 이야기로 일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다음 편에서는 우당탕탕 케냐 일상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싼테 싸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