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케냐에 파견 중인 김예은입니다.
오늘은 회사와 현장 밖, 조금 더 사적인 저의 일상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일에 몰두할 땐 케냐에 온 이유를 늘 되새기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 다른 생각이 들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닫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이면, 문득 한국에서의 익숙한 일상들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파견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저는 한국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이 곳에선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 말합니다.
야근 후, 즉흥적으로 동료들과 함께 갔던 한강 공원도,
아침 7시, 밤 12시, 새벽 3시, 어떤 시간에도 늘 열려있던 편의점도,
화요일이면 아파트 단지 앞으로 찾아오던 타코야끼 트럭도,
잠이 오지 않으면 이어폰을 끼고 걸었던 집 앞 산책로도,
넘기는 맛이 있어 늘 고수하던 종이책도,
걱정 없이 쓸 수 있던 전기와 물, 버튼 하나로 켜지던 에어컨도요.
지금은 누릴 수 없는 것들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당연하지 않음'이 유독 크게 와닿는 날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밤 9시, 다음 날 도시락으로 계란말이를 준비하다 계란만 풀면 되는 순간에 계란이 다 떨어진 걸 알아차렸을 때요.
여기선 편의점에 갈 수 없으니, 밑작업을 다 했지만 메뉴를 바꿔야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당연하지 않음'은 유독 크게 다가와 (비밀이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여 잘 지내다가도, 어떤 날은 사소한 것 하나에 속상한 마음이 찾아 오는거죠.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지금 당장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그에 대한 나만의 대안을 하나씩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타코야끼가 너무 먹고 싶은 날엔 동료들과 한국에서 공수해온 타코야끼 키트로 만들어 먹고.
한국에서 먹던 소시지빵이 간절한 날엔 이리저리 레시피를 찾아 직접 반죽하고 굽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공원을 걸을 순 없어도, 옥상에 올라 이어폰을 끼고 별을 올려다보며 옥상을 걷고.
정전이 된 밤이면 모든 걸 포기하고 자는 게 아니라, 랜턴 하나 켜두고 도시락을 싸고.
샤워를 하는 중간에 갑작스러운 단수가 찾아오면, 따가운 눈을 비비며 옆동에 사는 동료 집 대문을 두들기고.
이북리더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고.
가족이 그리운 날엔, 함께 파견 나와있는 소중한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곤 합니다.
물론, 하나의 일을 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국보다 2~3배 더 걸리고, 100% 만족할 순 없지만, 할 수 없는 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았을 때, 성취감과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동시에 느껴지곤 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국에선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쌓여가고, 때론 조금 서툴고 느릴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저 자신도, 이곳에서의 삶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