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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케냐의 겨울은

안녕하세요. 케냐에 파견 중인 김예은입니다.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훌쩍 넘고, 연일 폭염주의보 소식이 들려오는 한국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곳 케냐는 '겨울'입니다.
(전기장판과 물주머니는 요즘 없어서는 안될 제 삶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 무조건 더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익숙하실 텐데요. 물론 지역에 따라 기후는 정말 다양합니다. 해안지역은 덥고 습하지만, 고지대는 의외로 선선하고, 북부는 건조하고 뜨겁기만 합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카지아도 주는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연평균 기온이 28도를 넘지 않을 만큼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 년 내내 비교적 쾌적한 기후 속에서 파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케냐 사람들도 흔히 ‘겨울’이라고 부르는 시기입니다. 보통, 한국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6월 중순부터 8월까지를 이렇게 부르곤 하는데요 이 시기에는 최저기온이 10도 안팎까지 떨어져 밤이면 두꺼운 이불 없이는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쌀쌀합니다.
(현장에서도 주민분들도 하나둘 겨울템들을 꺼내서 입습니다) 
(점심시간을 틈타 광합성하기)
낮에는 햇살이 비추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바람이 부쩍 차게 느껴집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 기준에서는 그저 가을 날씨 정도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일 년 중 열 달을 따뜻한 햇살 속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저도 이 시기를 당연하다는 듯 ‘겨울’이라고 부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경량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습니다..!!)
(출장지에서 차가운 몸을 녹이기 위해 먹는 Dawa차 (생강차와 맛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겨울도,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현지분들로부터 종종 듣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찾아오고 끝나지 않는 겨울, 길어진 건기, 예측하기 어려운 우기. 기후변화가 이곳의 계절감마저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도, 케냐에서도 익숙했던 계절이 점점 낯설어지는 걸 느낄 때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기후의 질서가 어긋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오늘도 문득, 10년 후 이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이번 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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