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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일의 기쁨과 슬픔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가 제게 선물해준 책의 제목은 '일의 기쁨과 슬픔' 이었습니다.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 다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의 무대, 또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죠.
저는 일이라는 것을 하나로만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실현의 장이면서 동시에 생계 수단이기도 하고, 제가 받은 책의 제목처럼 기쁨을 줄 때도 있지만, 때로는 힘들고 슬픈 순간도 있는,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세계입니다.
케냐에서 저의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아프리카에서의 NGO 파견 생활’이라고 하면, 조끼를 입고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마을을 누비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현장 최전선을 떠올립니다. 물론 저도 조끼를 입고 마을을 다니며 변화가 만들어지는 그 순간들을 가까이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파견 생활의 ‘조끼’ 이면에는 풀칠과 계산기, 영수증과 결재서류가 오가는 보고의 세계가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KSEED 사업은 후원자분들의 후원금과 정부 지원금을 함께 쓰는 사업인데요,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지원금과 후원금이 계획대로, 그리고 올바르게 쓰이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한 해가 시작되면 올해 사업비로 진행할 활동들을 함께 점검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1원 단위까지 장부에 적고,
장부에 기입된 지출 하나하나의 영수증을 확인하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또 매달 함께 모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곤 합니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모든 지출 내역을 정리해 “이렇게 사용했고, 이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라는 보고서로 후원자분들과 정부에 전달합니다.
이 작업들은 우리가 일하는 나라들이 한국처럼 모든 게 전산화되어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 하면 뽑히는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은 곳이기에 시간이 배로 걸려 현장에 나가는 날보다 나가지 않는 날들이 때로는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견 초기엔, 장부 속 지출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보고하는 일이 눈이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고된 과정이라 생각해 제 일의 '슬픔'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난 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서류와 숫자, 결재와 보고로 채워진 이 시간들 또한 결국은 제 일의 ‘기쁨’인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요.
시간이 들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들이지만, 우리가 예산을 더 잘 사용할수록 주민분들의 삶에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저희에 대한 후원자분들의 신뢰도 또한 더 높아지는 것은 더 많은 아동과 주민들을 돕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절차는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저에게 주어진 일의 기쁨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일에는 어떤 기쁨과 슬픔이 있나요? 아마 때로는 ‘슬픔’처럼 느껴지는 일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의미와 기쁨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 기쁨과 슬픔을 함께 배우며, 제 일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길 위에서 늘 떠오르는 건, 이 변화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후원자님들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저희와 함께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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