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케냐에 파견 중인 김예은입니다 :)
오늘은 제가 케냐에서 지내며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동물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끔은 농담처럼 “오늘 사람보다 동물을 더 많이 본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케냐에서 제 일상은 늘 동물과 함께합니다.
한국에서 아프리카의 동물 하면 보통 사자, 치타, 기린 같은 국립공원의 야생동물들이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물론 그런 장면들을 가까운 국립공원으로 가면 볼 수 있지만, 제가 매일 만나는 동물들은 조금 다릅니다.
집 배란다에 나가도 소. 현장에 나가도 소, 염소. 가끔은 도로 위를 느긋하게 걷는 낙타들까지. 어디를 가든 이 동물들은 제 하루에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들과 그리 유쾌한 관계는 아닙니다. 이 동물들은 수시로 저의 보행을 방해하거나, 차를 막고, 때로는 아무 데서나 똥을 싸서 제 신발을 희생시키기도 하거든요. 처음에는 “왜 아무도 정리를 하지 않는 걸까?” 하고 답답했던 적도 많았지만, 이 풍경을 이해하려면 케냐, 특히 마사이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마사이 공동체에서 소와 염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재산’이자 ‘지위’의 상징입니다. 가축 수는 곧 그 집의 경제력을 보여주고,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 떼가 도로를 점령해도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희 KSEED 사업에서도 사람뿐 아니라 가축의 물 사용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물이 점점 귀해지다 보니, 소와 염소가 사람들보다 먼저 물을 마시러 오고, 때로는 사람들도 자기 자신이 마실 물보다 가축의 물을 더 챙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물이 오염되거나 고갈되는 일이 흔합니다. 사람과 가축이 같은 물을 쓰다 보니, 똥이나 흙이 섞여 물이 더 빨리 더러워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워터팬이나, 워터 키오스크를 설치할 때 사람용 급수대와 가축용 급수대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가축이 따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서 물 오염을 줄이고, 가축도 물을 마시고, 결국 가정의 생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는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깨끗한 물을 ‘사람과 가축이 따로’ 마신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기 때문에요,
큰 동물들 이야기만 잔뜩 했지만, 제 일상에는 작은 동물들도 등장합니다.
이 작은 귀염둥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제 일상의 낙이기도 하답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케냐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