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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의 이야기 9] 자연 앞에서 우리는

2025년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12월도 어느새 중반을 지나고 있네요.
올해를 되돌아보면 파견지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제가 경험한 자연재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필리핀은 자연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국가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풍, 지진, 화산 이 세가지가 필리핀의 대표적인 자연재해인데, 올해는 2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둘 다 겪었었네요..)
제가 살고있는 곳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태풍은 Tino(한국 태풍 이름은 '갈매기') 였습니다. 지난 11월 저희 사업 지역인 레이떼 섬과 사말 섬을 관통하는 경로로 지나간 태풍이었는데, 2013년 약 6,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30,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슈퍼태풍 하이엔의 경로와 시기가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며 태풍을 대비했었습니다. 다행히 여기는 괜찮았지만, 태풍이 베트남까지 이동해 큰 피해를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태풍이 오면 지붕을 끈으로 묶어서 바람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하거나, 대부분 정전이 되기 때문에 손전등이나 비상용품들을 챙겨놓는 등 준비를 단단히 합니다. 학교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휴교가 안내됩니다.
(필리핀은 휴교를 Walang Pasok(No school)이라고 하는데,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죠!)
태풍이 지나갈 때는 필리핀 정부에서 발표하는 태풍의 경로를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어디쯤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지 체크도 하면서 안전하게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나뭇잎들이 거리에 흩어져있는 모습)
태풍은 한국에도 매년 오지만, 지진은 한국에서는 잘 경험하기 힘들고 강도가 낮은만큼 저에게는 여기서 겪은 지진이 더 임팩트가 컸었습니다. 9월 세부 지진(강도 6.9)과 10월 다바오 지진(강도 6.8, 7.4)이 있었는데, 다바오 지진은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세부 지진은 도시 근처에서 일어나 피해가 컸습니다. 필리핀 월드비전도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을 위해 긴급구호를 진행했어요.
세부 지진 당시에는 제가 있는 곳이 세부 바로 옆 섬이라, 사무실에서 건물이 많이 흔들리는걸 느끼고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그동안 작은 지진들은 종종 있었는데, 그정도의 큰 지진을 느끼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놀랐었어요.
(지진 이후에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지진이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진이 났던 순간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지진 이후에 겪은 트라우마 증상이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잘 못자거나 두통, 어지럼증,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몇 주 정도 겪었다는 것입니다.(지금은 괜찮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나아졌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이런 자연재해는 안전한 지역에서 튼튼한 집에 살고 있지 못하고, 재난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받지 못하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는만큼 정부 차원의 대비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필리핀이 이미 많은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난대응을 하고 있는 국가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월드비전의 사업을 통해서도 기후변화와 재난대응 관련해서 필리핀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도 곧 겨울철 자연재해인 한파와 폭설을 대비해야할 때인데, 모두 피해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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